4. 에티하드 아파트먼트 클래스 입주 후기 - 2 [인천-아부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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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 [TRAVEL/2020 DUBAI - EUROPE] - 3. 에티하드 아파트먼트 클래스 입주 후기 [인천-아부다비]

 

 


 

 

 

 

 

화장실 한번 다녀왔더니

우렁승무원이 이렇게 소파를 침대로 만들어 놓고 가셨다.

 

나는 사실 기체에 오르자마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저 병원에서 환자들 격리시킬 때 쓸 것 같이 생긴

안전벨트에 묶여 자야 한다 한들

비행기 안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큰 축복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그 축복을 가능한 오래 누리고 싶었지만

승무원과의 수다는 뜻밖에도 밤새 이어졌고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이야기는 갑작스런 터뷸런스로

승무원이 어잌후 돌아가봐야겠슴다 허헣 하면서

끝을 보았다.

 

 

 

 

겨우 다섯 시간 남짓 한 시점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침대에 누워 포근함을 느끼고 싶어서

경건하게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보았다.

 

 

 

 

 

 

침대에 눕게되면

왼쪽 벽면에 버튼을 눌러서

스크린을 침대 방향으로 돌릴 수도 있다.

 

모닝콜 해드릴까여? 하는 승무원의 물음에

추하게 자는 꼴을 보이기 싫어서 괜찮다고 하고,

혹시나 깨지 못하고 잠옷바람으로 내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휴대폰으로 알람을 설정 하기로 했다.

 

 

 

 

 

위의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버튼을 꽤 세게 눌러야 하고

스크린은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스르륵 쾅!!! 하고 전환되기 때문에

혹여나 부서지는건 아닌가 걱정도 됐다.

 

 

 

 

 

잘자라고 따뜻한 한 마디 적힌 카드 보니

잠이 솔솔 올 것만 같다.

 




돌아온 식사시간

 

 

 

 

자고 나서 먹은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전에 한 끼 먹어두고

일어나서 또 먹는게 좋을 것 같아서

염치 불고하고 셰프를 불러서

스테이크를 준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 정신입니까 당신은 돼지입니까, 휴먼?

할 줄 알았는데

셰프님은 이런 일이 원타임 투타임이 아니란 듯

원하는 굽기와 소스를 물어보고는 바로 요리하러 가셨다.

 

 

 

 

 

 

 

비행기에서 구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최고였다.

 

 

일단 나는 싫어하는거 빼곤

병원, 학교 급식이든 짜든 싱겁든 다 잘 먹어서

소고기가 얼마나 질이 좋은지

굽기가 얼마나 적절한지 그런건 잘 모른다.

조리를 전공했지만 아무튼 모른다.

 

하지만 일단 이 소고기 스테이크는

씹자마자 잇몸으로 씹어도 되겠다 할 정도로 부드러웠고

무슨 소스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노란 소스도

고기와 굉장히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참고로 따뜻한 토마토는 먹지 않는다.

저 포테토는 딱 내가 양식조리기능사 서로인 스테이크 만들 때 냈던

가니쉬와 같은 모양이다.

 

 

 

 

 

 

나는 자랑스런 이씨 가문으로서

조선 제 4대 왕 세종의 육식주의 피를 이어받아

육고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원래는 핏기 뚝뚝 떨어지는 블루 레어도 좋아하고

그냥 안 익힌 생고기도 좋아하지만

이번엔 체통을 지켜보려고 미디엄 레어를 주문 해 보았다.

 

 

"나는 고기에 분홍빛이 있으면 먹지 못해. 징그러워."

라고 말했던 미국인 친구 개비의 말이 떠올랐다.

 

 

선홍빛 육고기의 자태를 보고

침부터 질질 흘리는걸 보니

나는 야만인 내지 변태의 습성을 가지고 있나보다.

 

고기내놔ㅏㅏㅏㅏㅏ

 

 

 

 

 

 

 

스테이크 먹고 나서 그대로 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바로 마지막 아침 식사를 준비 해 준다고 한다.

아무리 돼지라도 이건 좀;

싶었지만 지금 놓치면 밥 안 줄까봐 바로 주문했다.

 

나름 가볍고 건강하게 먹자 생각해서

과일과 요거트를 주문하다가

그래도 앞으로 21시간동안 활동해야 하는데

든든하게 탄수화물도 섭취해야지 싶어서 빵도 같이 주문했다.

 

 

 

 

 

 

이렇게 보니 비즈니스 출장가는 유러피안이 된 기분이다.

괜히 한번 보나뻬띠 한 마디 내뱉고 식사를 했다. 

 

 

 

 

 

 

 

 

재작년 캐나다에서 딸기라고 적혀 있어서 샀다가 

딸기의 형태를 한 무를 씹는 듯한 충격에

한 동안 외국에 가면 딸기는 먹지도 않았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딸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제일 맛있다고.

 

열대 지방에서 열대 과일을 먹으면

본토의 맛으로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먹었던

괌에서의 파파야 또한 화려한 때깔로 사람을 현혹시키기만 한 공허한 맛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들은 과일이 설탕보다 달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내치기 때문에 갈수록 더 달게 만들었다.

거기에 익숙해져 버린 내 입맛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그치만 나는 오니쨩, 아니 한국 과일이 아니면 안되는걸,

앞으로 과일은 한국 과일만 먹어야 하나 싶었다.

 

 

 

과일을 주문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낮은 기대감으로 딸기부터 먹어보았다.

 

 

 

딸기다...!

 

 

 

 

희미하지만 딸기의 향이 났다.

역시 한국의 딸기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이것은 딸기였다.

 

희망을 가지고 수박을 먹어보았다.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당도였다.

즉, 이번 과일 플레이트는 합격이었다.

 

이로써 나는 마지막 한 끼까지

실망 한 점 없는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부다비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

아부다비 여행 계획 도와줬던 승무원이 다시 찾아와

비행이 어땠냐고 물었다.

 

이런 귀한 대접은 태어난 날 이후로 오랜만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게 잘 지냈다고 말하면 부담스러워 할까 봐

다 좋았다고, 꼭 다시 타고 싶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그러자 본색을 드러낸 그가 

그럼 긍정적인 피드백 하나 남겨달라며

명함을 내민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를 받았으니 좋은 피드백을 내놔야 하는게 당연지사다 이말이다.

 

 

 

 

지금 여기서 바로 메일을 보내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90MB의 무료 와이파이를 다 써버려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 공항에 내려서 보내도 상관 없는거였지만

승무원은 내가 먹튀할까봐 걱정됐는지

곧장 새로운 와이파이 바우처를 가지고 오셨다.

원래 하나씩 밖에 안 주는거지만 이번엔 공짜로 주겠다 하셨다.

 

뭐 나야 공짜 와이파이 생기고

승무원은 칭송레터 받으니 상부상조인 셈이다.

 

승무원에게 있어서 칭송레터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지 알기 때문에

최대한 길게 칭찬을 줄줄 늘어놓았다.

 

 

 

승무원은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다음번에 볼 땐 동료로서 만나자고 하셨다.

감-덩

 

 

 

 

 

 

그러고보니

미니바에 있던 음료는 하나도 안 마셨는데

말했듯이 나는 빵 부스래기 하나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종이백에 다 담아가기로 했다.

 

거지근성이 아니라 승무원이 먼저 챙겨드릴까요? 해서

가능하면 부탁드립니다 하고 정중히 부탁한거임

주신다는데 안받을 이유가 있을까 허허

 

마침 하루 일정이 전부 야외인데다

날씨도 35도까지 올라가는 찜통더위라서

음료 챙겨 가서 중간 중간 다 같이 나눠 마시면 되겠다 싶었다.

 

 

 

 

 

 

 

 

잘 있어, 내 4K 좌석

잠시지만 행복했다.

 

 

 

 

 

 

 

 

 

 

두 시간 밖에 못자서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와

착륙 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가기 전까지도 우렁승무원이

마지막 작별 선물을 살포시 두고 가셨다.

 

 

요건 초콜릿이다.

굉장히 달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

가끔씩 승객이 파일럿 조종실 (Cockpit) 에서 사진 찍은 걸 보고

어떻게 들어간거지 했는데

이착륙 전 여유 있을 때 승무원에게 부탁 했을 때

가끔 들여보내준다고 했다.

 

 

혹시....?

야 나두........?

 

 

착륙하고 나서 내가 스리슬쩍

사무장님께 콕핏 가봐도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오브 코얼스!" 

미래의 승무원을 위해서 미리 투어 시켜주겠다고 

이코노미 승객들 다 퇴장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 하셨다.

 

 

 

 

 

생각보다 굉-장히 좁았던 조종실.

들어가는 문 자체도 총알 수십 발 막을 듯 두껍고 견고해 보였다.

역시 안전제일이다.

 

 

사무장님이 기장님께 예비 에티하드 승무원이라고 소개하니

기장님이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맘껏 구경하고 가라고 하셨다.

 

 

인증샷도 찍었지만

두 시간 밖에 못자서 푸석푸석한데다

9시간 내내 먹고 자기만 해서 퉁퉁 부은 내 모습이

가히 충격적인데다 보정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지경이라

선글라스 스티커 하나 붙여버렸다. 

 

마지막 1초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준

에티하드 직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아부다비 공항 도착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하러 갔다.

레이오버이기도 해서 딱히 어려울 것 없이 통과했다.

뭘 따로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냥 여권 내고 카메라 앞에 서서 사진 한번 찍고?

바로 끝났다.

 

 

짐은 런던으로 바로 보내지기 때문에 따로 짐을 찾진 않았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사실 하나는,

서울은 영하까지 떨어질 정도로 추웠지만

여기는 한 낮 기준 35도로 더운 곳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즉슨

내가 입고 있는 겨울 울코트를 계속 들고 다녀야 한다는거다.

 

 

벌써부터 피곤한 여정이 될 것 같았다.

 

 

 

 

새벽 5시 50분 쯤 도착해서

대중교통이 시작하는 8시까지 대기를 해야 하는데

나와 퍼스트 동행은 에티하드 항공에서 제공하는

도착 라운지를 들어갈 수 있어서 여기서 쉬기로 했다.

 

 

다행히 다른 동행은 예약 해 놓은 호텔이 있어서

룸에서 대기하다가 공항 앞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에티하드항공 타고 오는 비즈니스, 퍼스트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이다.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고 깨끗하고 왠지 모를 중동의 향이 나는 것 같았다.

 

 

 

 

 

 

 

 

 

 

 

 

먹을거보면 눈 돌아가는 나조차도

비행기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이번엔 구경만 했다.

 

게다가 수면 2시간의 여파로

졸려서 눈 돌아갈 지경이라 그냥 소파에 앉아서 잠시 졸았다.

 

 

 

동행에게는 혹시라도 내가 코를 골면 

뺨을 후려쳐서라도 깨워달라 당부하고

1시간 정도 잤는데,

일부러 말을 안한건지 뭔진 몰라도

조용히 잤다고 한다.

 

 

 

8시가 되어서 공항에서 나가서

본격적으로 아부다비 투어를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To be continued...

 

 

 

다음 이야기

 

2020/12/11 - [TRAVEL/2020 DUBAI - EUROPE] - 5. 아부다비 공항에서 그랜드모스크사원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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